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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규 장로(공주대 명예교수) 2호 12월 19일자
늙어간다는 것
 
편집국   기사입력  2012/01/04 [16:02]
 
▲ 김진규 장로(공주대 명예교수)     ©
60대 노인과 70대 노인과 80대 노인이 노인정에서 만났답니다. 공교롭게도 이 세 분은 모두 오른쪽 눈두덩이가 시퍼렇게 멍들어 있었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은 모두 부인들에게 주먹으로 맞은 상처였다는 것이었어요.

 먼저 60대 노인이 말했대요.
 “어제 아침에 아내가 화장을 하기에 조용히 다가가서 ‘어디 가려나보죠?’ 라고 물었더니, 갑자기 뒤를 돌아보며 주먹으로 눈을 때린 거예요.”

 70대 노인이 더 큰 소리로 말했답니다.
 “말도 마세요, 나는 가만히 앉아 신문만 보고 있었는데도 거지럭거린다고 난데없이 주먹으로 맞았다니까요.”

 80대 노인이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태도로 말했습니다.
 “나는 말일세, 어제 아침에 눈을 떴다고 잠자리에서 일어나기도 전에 이 지경이 됐다네.”
 
물론 있지 않은 이야기를 누군가가 풍자적으로 한 말이겠지요. 요즈음 우리 사회가 고령화되고 노인 취업이나 의료나 복지가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나온 우스갯소리라고 생각됩니다. 특별히 노인 부양문제는 사회적인 관심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보다 앞서가는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이보다 더 심한이야기들이 많다고 합니다.

2009년 4월 가수 겸 배우로 일본인들의 사랑을 받던 시즈미 유키코(淸水由貴子?49)의 세상을 떠나게 된 안타까운 이야기입니다. 그녀는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의 희생으로 자랐는데, 어머니가 병들자 병간호를 위해 2006년 은퇴를 선언하고 극진한 간호로 주위를 감동시켰답니다.
 
그러나 그녀는 어머니를 사랑했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간병생활의 피로와 우울증으로 자살을 택하고 말았답니다. 최근에는 72세 노인이 병수발과 치료비 부담으로 69세 아내를 목 조르는 사건, 하마마스(橫山)시의 90대 노부부의 자살 사건 등, 노노(老老)간병 문제로부터 각종 노인 문제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은 현재 노인 간병문제로 연간 300명이 자살하고 30%의 간병인이 우울증 증세가 있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저출산, 고령화, 핵가족시대에 노인문제는 강 건너 불이 아닐 것입니다. 엊그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여성의 71.8%가 “늙은 남편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여론조사를 발표했습니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그만큼 돌보아야 할 기간도 늘어날 것이라는 여성들의 걱정일 것입니다.

재미있는 실험이 있습니다. 침팬지에게 먹이를 줄 때, 주는 시간이나 주는 방법 등을 달리하면 어린 침팬지나 암컷들은 금방 적응하는데, 늙은 수컷만은 새로운 습관에 적응력이 너무도 늦어서 굶거나 뒤쳐져서 애물단지가 된다고 합니다. 침팬지를 사람에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나이가 많아지고 늙어간다는 것은 슬픈 일이라는 부담스러운 메시지인 것 같습니다.
 
아내는 교회에서 70세가 넘은 성도들이 모이는 목장(속회)의 목자(속장)입니다. 어쩌면 젊은이들 편에 끼기가 부담스러운 분들의 모임인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얼마나 은혜롭고 사랑이 많은지 아내는 목장 모임이 있는 목요일이 되면 활기가 솟아납니다.
 
아침부터 전화심방에, 안부에, 바쁘고 그분들을 섬기기 위해 식구들에게도 숨겼던 과일과 빵 등을 챙기기에 바쁩니다. 그 목장 어르신들은 열 살, 스무 살도 더 어린 아내를 보고 엄마라고 부른답니다. 아내는 목원 한분한분이 모두가 삶의 지혜와 오랜 신앙생활에서 오는 사랑과 헌신이 너무도 귀해서 젊은이들의 모범이 된다며 감격해 합니다.
 
그렇습니다. 노인들을 공경하고 귀히 여기고 배려해 드리는 것은 성경적입니다. 그리고 그분들의 지혜에 귀 기우리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구약성경의 르호보암왕은 지혜로운 왕 솔로몬의 아들이었지만 노인들의 충고를 듣지 않고 젊은이들의 주장에만 관심을 두다가 나라가 분열되는 안타까움을 맛보게 됩니다.
 
‘늙다’라는 말은 ‘낡다(朽), 부패하다, 못쓰게 되다’라는 의미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늘다, 늘구다, 풍요로워지다’ 등으로 해석해야 행복한 사회가 될 것입니다. 아브라함도 모세도 노아도 갈렙도 모두 나이가 드신 후에 부름을 받고 하나님의 놀라운 사역을 완수하신 분들이었습니다.
 
일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초고령화 시대로 질주하는 우리 사회도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늙어간다는 것은 저주가 아니라 축복이라는 것이 우리들의 상식이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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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2/01/04 [16:02]  최종편집: ⓒ kidok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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