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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감상할 여유
김형태 박사(전 한남대학교 총장)
 
편집부   기사입력  2019/10/07 [14:50]
▲ 김형태 박사(전 한남대학교 총장)     ©편집국

나는 시를 짓지는 못하지만 읽는 것은 즐긴다. 시편 150편도 깊은 감동을 주는 명시들이다. “시인이란 세 가지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강한 심장과 여린 가슴 그리고 아픈 마음이다. 강한 심장은 불의에 대응하기 위해서, 여린 가슴은 주위의 고통을 나눠 갖기 위해서, 그리고 아픈 마음은 자신의 죄를 부끄러워하기 위해서다.”(심강섭/어느 시인의 팡세)

 

박완서 작가는 이런 이유로 “시를 읽는다”고 한다. “심심하고 심심해서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받기 위해 시(詩)를 읽는다. 등 따숩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 때 詩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詩를 읽는다. 나이 드는 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詩를 읽는다. 꽃 피고 낙엽 지는 걸 되풀이해서 봐 온 햇수를 생각하고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내년에 뿌릴 꽃씨를 받는 내가 측은해서 詩를 읽는다.”(박완서 산문집/못 가 본 길이 더 아름답다) 우리나라에 전해 오는 한시 몇 편을 읽어보도록 하겠다.

 

① “신기한 계획은 하늘의 이치를 다했고(신책구천문/神策究天文) 묘한 계산은 땅의 이치를 다했도다(묘산궁지리/妙算窮地理) 싸워 이겨 공이 이미 높아졌으니(전승공기고/戰勝功旣高) 만족함을 알고 그만 두기를 바라노라.”(지족원운지/知足願云止) 이는 수나라 장수 우문중이 113만 대군을 이끌고 고구려를 쳐들어 왔을 때, 요동성 함락이 불가능하자 별동대 30만으로 평양성을 공격해 왔다. 이때 을지문덕 장군이 7번 싸워 7번을 져 주는 유인작전을 편 후 보낸 한시다.(여수장우중문시) 이를 눈치 챈 우중문이 도망가다가 살수에서 몰살당했다. 전쟁 전략시로써 가장 오래된 한시 중 하나다.

 

② “가을바람에 애써 읊고 있으나(추풍유고음/秋風唯苦吟) 세상에 날 알아주는 이 적네(세로소지음/世路少知音) 창밖에는 밤 깊도록 비가 내리고(창외삼경우/窓外三更雨) 등잔불 앞의 마음은 만 리를 달리네”(등전만리심/燈前萬里心) 최치원의 “추야우중”이란 한시다. 비 내리는 가을 밤 방안에서 등잔불을 밝히고, 시를 읊으며 외로운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지음(知音)은 유백아와 종자기의 고사에서 나온 ‘절친한 친구’ 이야기다.(伯牙絶絃)

 

③ “비 그친 긴 둑에 풀빛이 짙은데(우헐장제초색다/雨歇長堤草色多) 남포로 그대 보내는 슬픈 노래 울리네(송군남포동비가/送君南浦動悲歌) 대동강 물은 언제 다 마르리오?(대동강수하시진/大洞江水何時盡) 이별의 눈물 해마다 푸른 물결을 더하는데(별루연년첨록파/別淚年年添綠波)” 정지상이 친구를 이별하며 쓴 “送人”(그대를 보내며)이란 한시다. 경치를 그린 앞 두 절과 심경을 토로한 뒤 두 절로 되어 있다. 싱그러운 풍경과 슬픈 이별이 대조를 이루며 과장법과 반어법을 사용했다. 중국에 대해 자주적 입장이었던 정지상은 묘청의 난 때 김부식에게 죽임을 당한 신흥사대부의 대표적 인물이었다.

 

④ “참새야, 너는 어디서 왔다 어디로 날아가느냐?(황작하방래거비/黃雀何方來去飛) 일년 농사 알 바 없다네(일년농사부증지/一年農事不曾知) 홀아비 홀로 밭 갈고 김맸는데(환옹독자경운료/鰥翁獨自耕耘了) 밭의 벼며 기장을 다 먹어치우다니(모진전중화서위/耗盡田中禾黍爲)”

 

이 시는 이제현이 민간에 떠돌던 노래를 수집해 번역한 ‘소악부’ 중의 하나로 ‘사리화’(기장 종류의 곡식 이름)라는 제목의 시이다. 여기서의 참새는 탐관오리를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농부들이 애써서 가꿔놓은 곡식을 먹어치우는 참새들의 횡포에 빗댄 풍자고발시이기도 하다. 옛 로마대제국의 멸망도 과도한 세금 부과에 대한 민중의 조세 저항이 한 원인이었고 현재 우리에게도 과도한 과세에 대한 조세 저항이 있다. 정치인들은 세금 부과에만 열을 내는 것 같다. 거두어들인 세금을 집행할 때 가슴과 손이 떨려야 하는데 너무 쉽게 펑펑 쓰고 선심 쓰는 것과 낭비하는 것 같아 국민들의 마음이 그리 편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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