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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를 이해한다는 것
김형태 박사(전 한남대학교 총장)
 
오종영   기사입력  2018/12/21 [15:57]
▲ 김형태 박사(전 한남대학교 총장)     ©편집국

 부모는 자식의 울음소리만으로도 그 형편을 이해한다. 반면 자식은 부모를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자기 몸으로 난 자식 둘을 길러봐야 조금 감이 잡힐 정도다. 다음 시도 그런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심순덕이 쓴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를 읽어보자.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찬밥 한 덩이를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발뒤꿈치 다 해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전혀 끄떡없는/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외할머니 보고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로만/한밤 중 자다가 깨서 방구석에서 한 없이 소리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어머니께서 해 주시는 음식에 언제부터인가 머리카락이 자주 보였다. 처음엔 그냥 걸러냈는데 자주 그러다 보니 어머니께 좀 투정을 부렸다. 그러면서 어머니의 눈을 보니 어머니의 눈이 노안으로 흐릿한 게 그제야 보였다. 머리카락은 그렇게 잘도 찾아내면서 침침한 어머니의 눈(시력 감퇴)은 왜 못 봤을까? 그 후로는 어머니께서 눈치 채실까봐 머리카락이 나오면 허둥지둥 빼놓는다.)

 

그럼 김길순이 쓴 아버지도 읽어보자. “엄마의 체온보다도/더 뜨겁던 아버지의 방/지금도 시린 날이면/때도 없이 찾는다//궁색한 시대의 개척민으로/우리와의 약속을 위하여/아궁이 불 지피고/새벽을 서성이던/그림자 사랑//폭포처럼 흘러내리는/희디흰 정을 주체할 수 없어/물바다를 이루곤 하던/두꺼운 가슴벽엔/숱한 비밀이 자리다툼 하는데//안정된 주름 사이에선/먹어도 먹어도 허기가 지던/옛 시절의 이야기를/한 올 한 올 풀어내고 있다김 안 나는 물이 더 뜨겁다는 말처럼 말수가 많진 않아도 아버지의 가슴은 늘 울음이 있고 책임이 있고 사랑이 있다. 안으로 안으로 응축시키는 이명래 고약 같은 사랑이 있다.

 

이채는 늙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를 통해 늙음을 이해하라고 권한다. “늙어 보았느냐? 나는 젊어 보았다, 젊어본 후 늙어보니 청춘은 간밤의 꿈결 같은데 황혼은 어느새 잠깐이더라/지금 젊고 아직 늙지 않은 사람들아, 인생이란 반복이 없고 연습 또한 없으니, 세월이 유수(流水)라고, 시간을 물 쓰듯 낭비하지 마라, 오용과 남용이 삶을 망치고 나태와 추태가 사람을 망치더라/지금 젊어도 언젠가 늙을 사람들아, 효도도 보고 배우는 것이니, 좋은 것, 맛있는 것 있으면, 자식보다 부모 먼저 건네어라, 사람도 나무와 같아 뿌리를 섬겨야 잎이 무성하리/늙는 것도 서러운데, 늙어가는 것보다 더 서러운 것은, 늙었다고 외면하고 늙었다고 업신여기고, 늙었다고 귀찮아 함이더라/세상 천지에 늙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탕자의 비유”(15:11-32)의 진짜 제목은 아버지의 마음이다. 자식이 컸다는 증거는 부모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인생의 시작과 끝을 알게 되면 내 몸이 어디서부터 비롯됐는가를 아는 것이다. 그래야 부모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지금부터 440년 전 옛날에도 부모를 이해하고 공경하는 것은 중요한 덕목이었다. 1580년쯤(선조 13) 정철이 쓴 훈민가’(訓民歌) 몇 구절로 효도의 동서고금을 살펴본다.

 

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시니/두 분이 아니시면 이 몸이 살았을까/하늘같이 끝없는 은혜 어디 대어 갚으오리어버이 살아계실 때/섬기는 일 다 하여라/지나간 후면 애달프다 어찌하리/평생에 고쳐 못할 일은 이뿐인가 하노라네 아들 효경 읽더니 얼마쯤 배웠는가 내 아들 소학은 모레면 마칠 것이라/어느 때 이 두 글을 배워 어질 것을 볼 것인가

 

기독교의 십계명”(네 부모를 공경하라)과 불교의 부모은중경만 바로 알아도 부모 마음을 헤아리는 데는 충분하리라. 우리는 부정모혈(父精母血)을 빌어 태어난 거지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땅에서 솟은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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