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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윤동주 시인과 히브리서
곽윤관 목사▲맑은샘교회
 
보도1국   기사입력  2016/01/19 [15:54]
▲ 곽윤관 목사▲맑은샘교회     © 오종영(발행인)
나는 아직도 날짜가 빨리 갔으면 좋겠다. 내 나이 육십이 넘었는데 혹자는 아직도 철이 덜 들어 그런다고 핀잔을 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내 마음이 그런 걸 어쩌랴…….
 
이제 얼마 없으면 설날이 돌아온다. 어릴 적에 겨울만 되면 이제 설날이 며칠 남았느냐고 어머니에게 물으면 “설 돌아오면 뭐하게?” 하면서도 날짜를 알려주시던 어머니도 안 계시니 이제 달력을 보아 세어본다.
 
어릴 적에는 설날이면 맛있는 설음식, 설빔, 친척, 놀이 등이 기다려졌기에 날짜를 손꼽아 보았던 것이고, 그 후에 한 동안은 그리운 고향에 가서 보고 싶었던 부모님과 형제자매, 친구들, 친척, 이웃들이 그리워서 날짜를 세었던 것 같다.
 
윤동주의 고향은 북간도이다. 그의 집안은 일찍이 기독교를 받아들여 할아버지가 장로였고 용정의 명동학교 교장이던 김약연 목사가 외삼촌이었다. 윤동주는 이렇게 기독교적인 분위기 속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학교도 미션계 학교들을 다녔다. 명동소학교를 마치고 고향을 떠나 평양의 숭실중학, 서울의 연희전문, 일본의 동지사대학을 유학하는 동안 방학 때면 가끔 고향을 찾아 옛적의 그리움을 달래곤 하였다.
 
그러나 모처럼 찾아간 고향은 왠지 낯설기만 하고 그토록 기다렸던 이상향은 아니었다. 진정한 고향이 어딘가에 있는 것 같았다. 이때의 마음을 표현한 시가 <또 다른 고향>이다.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이 따라와 한 방에 누웠다”로 시작하여 “지조 높은 개는/ 밤을 세워 어둠을 짖는다/ 어둠을 짖는 개는/ 나를 쫓는 것일게다// 가자 가자/ 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 백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에 가자”라고 끝을 맺는다. 영혼 없는 껍데기인 백골은 놓아두고 진정한 자아인 나는 진정한 고향을 찾아 또 떠나야함을 결연하게 다짐하고 있는 윤동주에게서 나는 히브리서 11장을 묵상하게 된다.
 
“이 사람들은 다 믿음을 따라 죽었으며 약속을 받지 못하였으되 그것들을 멀리서 보고 환영하며 또 땅에서는 외국인과 나그네임을 증언하였으니 그들이 이같이 말하는 것은 자기들이 본향 찾는 자임을 나타냄이라 그들이 나온 바 고향을 생각하였더라면 돌아갈 기회가 있었으려니와 그들이 이제는 더 나은 본향을 사모하니 곧 하늘에 있는 것이라”(히11:13-16).
 
이제 나도 명절이면 고향에 가나 기다려주시는 부모님도 안 계시고 낯선 분들이 더 많다. 우리 부모님은 산소만 고향에 두시고 또 다른 고향에 가셨다.
 
그리고 나는 최근 윤동주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있음에 새삼 놀랐다.
그의 시 <십자가>에서 그는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중략)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고 고백한다.
 
높은 이상처럼 첨탑의 십자가에 햇빛이 걸리어 있다. 인간으로서는 다다르기 어려운 지향이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를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라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항일운동을 하며 어두운 적국, 일본 감옥에서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 그 나름의 순국이요, 순교인 셈이다.
 
십자가를 지기까지 그리고 그 후의 예수님에 대한 십자가의 고통과 그 후의 기쁨을 히브리서는 “믿음의 주요 또 온전하게 하시는 이인 예수를 바라보자 그는 그 앞에 있는 기쁨을 위하여 십자가를 참으사 부끄러움을 개의치 아니하시더니 하나님 보좌 우편에 앉으셨느니라”(히12:2)고 하셨다.
 
주님은 인간적인 면에서 괴로움을 많이 당하셨지만 사명을 온전히 감당하시고 운명하실 때 “다 이루었다”라고 하실 만큼 만족할 만한 삶을 사셨고 성화의 삶, 하나님 보좌 우편에 앉으신 본향에서의 모습에서 우리의 영원한 귀감이 되신다.
 
금년도 시작한 지 보름이 지났다. 어서 날짜가 지나가면 설날이 오고, 형제가 모이고 고향에 가고 추도예배를 드리면서 영원한 본향, 또 다른 고향을 얘기하며 그 나라 갈 준비를 하리라. 금년 한 해에 주실 사명과 은혜를 날짜가 가면서 깨닫고 누리리라, 그리고 조금씩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그리스도”를 닮아가리라. 그래서 나는 아직도 날짜가 빨리 갔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조금씩이라도 다가갈 간절한 기대와 소망이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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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1/19 [15:54]  최종편집: ⓒ kidok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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