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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용철 목사 (벧엘의집(울안공동체, 쪽방상담소, 희망진료센터)담당목사) 271호
혼자 열 걸음이 아닌 열이 한 걸음으로
 
편집부   기사입력  2023/08/02 [14:38]

▲ 원용철 목사 (벧엘의집(울안공동체, 쪽방상담소, 희망진료센터)담당목사)     © 편집부

이스라엘 민족이 로마제국으로부터 완전히 멸망하면서 전 세계로 뿔뿔이 흩어져 살았던 시기를 디아스포라 유대교 시대라고 부른다. 2천년이란 긴 시간이었지만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신앙과 전통, 문자를 잃어버리지 않고 지금의 이스라엘민족 국가를 세울 수 있었던 원천은 다름 아닌 유대민족의 강력한 공동체의식이었다고 한다. 그들은 유럽 각지로 흩어져 살면서 온갖 멸시와 냉대, 집단 따돌림 등 철저하게 배척 받았지만 유대공동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서로 의지하고 도우며 가족공동체, 지역공동체를 이루며 살았기에 지금의 유대민족성을 지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민족도 공동체의식이 강한 민족중의 하나다. 전통적으로 품앗이, 향약, 계, 두레로 대표되는 공동체의식은 서로 돕고, 서로 보살피며 가족과 마을, 지역을 지켜내는 힘의 원동력이 되었다. 마을 공동체에서 힘든 일을 서로 거들어 주며 서로 품을 지고 갚는 품앗이, 모내기, 추수철, 김매기 등 농사일에서 일손이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일 등은 집집마다 한 사람씩 일꾼을 내어 일꾼모임(두레패)을 만들고 두레패가 마을 전체의 농사일을 한꺼번에 해결해 갔던 두레, 이 때 두레패는 일꾼을 내오지 못하는 집의 농사일까지 모두 도와주므로 마을 공동체가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경제적으로 상부상조하던 계, 계는 아들딸이 결혼을 하거나, 집안의 누군가가 세상을 떠나 장례를 치러야 하거나, 집을 새로 짖거나 하는 등 집안의 대사가 생기면 큰돈이 필요하지만 대부분 가난하여 어려움을 겪게 될 때를 대비하여 마을에서 돈이나 곡식을 조금씩 모아 두었다가 필요한 사람에게 주어 쓰도록 했다. 이렇게 우리 민족은 비록 가난했지만 서로 기대어 살면서 기쁜 일 슬픈 일을 서로 거들고 나누며 마을 공동체, 지역 공동체를 이루어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런 공동체성이 무너져 가고 있다. 우리사회 공동체 의식은 전 세계에서 꼴찌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공동체 정신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고루한 사람, 꼰대가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이웃은 함께 살아가야 할 또 다른 나의 영혼이 아니라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쟁상대요, 내 영역을 침범하는 불편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상생과 협력을 이야기하는 곳은 거의 없고 경쟁을 부추기고 승리자의 면류관만 찬양하고 있다. 서로 함께 거들며 조금은 양보하며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는 미덕은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보기 힘들다.

 

고대 철학자 플라톤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려면 서로 돕고 어우러지고, 서로 기대고, 사회(공동체)를 구성하여 사는 것이 인간 본연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사회는 어떤가? 서로 어우러져 산다는 것은 불편하기만 하다. 더불어 산다는 것은 혼자만의 시간을 빼앗기는 것이고, 편안하게 보내야 할 나만의 공간을 빼앗긴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요즘 지어지는 아파트에는 손님이 찾아와도 자신들만의 공간과 영역에 침범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아예 집안의 집인 아파트 안에 게스트 룸을 만든다고 한다.

 

상생을 이야기 하는 사람은 경쟁에서 승리할 자신이 없기에 자신의 나약함을 숨기기 위해 상생을 이야기 한다고까지 말한다.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말하는 사람은 시대에 덜떨어진 사람으로 취급된다. 그렇기에 경쟁은 당연한 것이고, 경쟁에서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것이 지금 우리사회의 진리인 것처럼 보인다. 경쟁을 안 하면 큰일 나는 것처럼 생각한다. 그런데 어느 운동회에서 장애 학생들이 달리기를 하다가 골인지점에서 모두가 함께 손을 잡고 골인지점을 통과했다고 한다. 그러면 무슨 큰 일이 벌어져야 했는데 모두가 기립 박수로 그들의 결단을 격려했다고 한다. 무슨 큰 사단이 벌어져야 당연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손을 잡아달라고 하는 이의 손을 뿌리치고 오로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달려가는 사회가 정말 지속가능한 건강한 사회인가? 키다리의 아저씨의 정원은 아이들을 모두 내쫓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때는 겨울이 찾아왔지만 개구멍으로 아이들이 찾아와 정원에서 뛰어 놀 때는 꽃이 피고, 새가 울고 봄이 찾아왔다. 재난을 당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나만은 예외일 줄 알았는데 재난을 당하고 보니 누구나 재난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며 먼저 재난을 당한 사람들을 공감하지 못하고 헤아리지 못한 것을 참회한다고 한다.

 

열이 한 걸음씩 가는 것보다 혼자 열 걸음을 가면 처음에는 쉽고 빠르게 앞서 갈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속담처럼 혼자 살겠다고 아픈 친구를 버리고 앞서 간 친구는 결국 산을 넘다 얼어 죽지만 비록 속도는 느리고, 힘은 들고, 불편했지만 도움이 필요한 사람과 함께 거들며 간 친구는 무사히 산을 넘을 수 있는 것이다. 열이 한 걸음을 가려면 내 생각을 내려놓고 옆 사람의 생각과 시각으로 앞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옆 사람과 같은 보폭으로, 같은 속도로 갈 수 있는 것이다. 우리 혼자 열 걸음이 아닌 열이 한 걸음으로 사는 지혜를 배워 모두가 공멸하는 사회가 아닌 모두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회, 공동체성이 회복된 사회를 만들어 가자.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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