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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규(공주사범대 명예교수) 26호
우리 말글이 과연 우리나라의 주인인가?
 
한혜림 편집기자   기사입력  2012/11/08 [12:32]
▲ 김진규 장로(공주대 교수)     ©편집국

 요즈음 중국과 일본이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 섬의 영유권을 놓고 심각한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 문제는 정치, 경제, 군사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일본은 우리의 독도도 자기네 영토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국토(國土)는 조상 대대로 전해 내려온 고유한 삶의 터전이다. 한 치의 땅도 양보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토가 소중하듯이, 국토와 함께 국가(國家), 국민(國民), 국권(國權)처럼 국어(國語)인 한국어와 한글은 우리 말글로 이 땅의 주인으로 존중받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 말글은 지금까지도 우리나라의 참된 주인으로서의 대접을 받지 못하고 늘 업신여김 속에 뒷방 신세를 지고 있는 안타까움이 있다.

 우리말은 크게 보아 고유어, 한자어, 외래어로 나눌 수 있다. 고유어는 한국어의 밑바탕이 되는 토박이말로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이 땅에서 써오는 말이다. 눈, 코, 하나, 둘, 하늘, 바다처럼 우리 언어생활의 기본이 되는 말이다. 한자어는 한자로 적을 수 있는 낱말이다.
 
학교, 교과서, 회사, 상품, 인간, 평화, 자유처럼 한자어는 오랫동안 고유어와 함께 쓰이는 우리말이다. 외래어는 한자어 외의 다른 언어 문화권에서 들어온 낱말이다. 카메라, 잉크, 뉴스, 컴퓨터, 아파트처럼 외래문화를 받아들이면서 생긴 말들이다.
 
외래어가 주로 말을 중심으로 유입되었다면, 한자어는 글을 통해서 우리말에 들어왔다. 지구촌시대를 살면서 적절한 한자어와 외래어 사용은 다문화사회의 언어생활에서 어쩔 수 없는 필요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즈음 우리 말글의 현주소를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뜻도 알기 어려운 한자로 된 말들이 넘쳐나고, 일본말의 잔재는 아직도 많은데, 정체불명의 외국말이 우리 국어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적절하지 못한 말을 바꾸고 가다듬어 우리말글을 아름답고 품위 있게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먼저 어려운 한자말 표기를 고쳐야 한다. 오랜 세월 동안 한자말은 품위 있는 말이고 순 우리말은 천하고 낮은 말이라는 인식부터 고쳐야 할 것이다.
 - 여죄(餘罪)를 색출(索出)하는 데 만전(萬全)을 기(期)하기 바랍니다. 
   → 남은 죄를 찾아내는 데 최선을 다하기 바랍니다.
- 금일은 사고다발지역에 차량이 진입함을 불허합니다.
   → 오늘은 사고가 많은 곳에 자동차가 들어옴을 허락지 않습니다.

 앞의 문장보다 뒤의 문장이 훨씬 쉽다. 이와 같은 예는 너무도 많다. 노후건물→ 낡은 건물 /누를 범하다→ 잘못하다 /매입하고자→ 사들이고자 /묵과하다→ 지나쳐버리다 /표찰→ 이름표 /필하다→ 마치다 /분하다→ 넘치다 /가일층→ 더욱더 /고수하다→ 지키다 /단초→ 실마리 /차용하다→ 빌리다 /추세→ 흐름 /통상→ 흔히 /허다히→ 많이 …….

이런 한자 어투의 표현은 우리말 속에서 빨리 없애버려서 국어를 순화시켜야 한다.
 다음은 일본식 한자말이다. 일제로부터 독립된 지 반세기가 훨씬 넘었는데도 아직도 일본말을 그대로 쓰거나, 일본식 한자말을 그대로 쓰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 결혼하기로 약속한 사이입니다. → 혼인하기로 언약한 사이입니다. 
- 망년회에서 나의 십팔번을 불렀다.→ 송년회에서 나의 애창곡을 불렀다. 

고쳐야 될 일본식 한자말을 예를 더 들어본다. 고참→ 선임 /기라성→ 최상위 /노견→ 갓길 /수순→ 순서 /용달→ 심부름 /제전→ 잔치 /구보→ 뜀박질 /화장→ 단장 /출산→ 해산 /미인→ 일색 /왕복→ 내왕 …….
 
벌써 우리말에 깊이 침투해서 자리 잡고 있는 낱말들도 너무도 많다. 문화로 일본을 이기기 위해서는 생활 속에 아직도 똬리를 틀고 있는 일본말의 잔재를 없애야 한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우리말을 좀먹고 있는 외국어를 없애는 일이다. 주로 서양에서 들어온 온갖 외국말들의 우리말 오염 정도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서울시에서 Hi-Seoul 이라는 영어를 도시 표어로 사용하자, 모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부산→ Dynamic Busan /인천→ Fly Incheon /광주→ Partner Gwangju /경남→ Feel Gyeongnam /충남→ Heart of Korea /대전→ It's Daejeon  ……. 그러더니 이제는 작은 도시들까지도 도시의 상징으로 영어를 사용하고 있다.   가까운 예로 공주시→ Hi Touch Gongju /천안시→ Welcome to Cheonan /예산군→ New Start Yesan……. 외국어 남용을 막아야 될 관청에서 먼저 우리말을 오염시키고 있다. 영어권 외국인들이 와서 본다면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한글날이 국경일로 되고, 공휴일이 되는 것만 중요한 일은 아니다. 공영방송에서 ‘차칸남자’라고 썼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착한 남자’로 돌아왔듯이, 이제부터라도 우리 말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우리말 지킴이가 되어 우리 말글이 이 땅의 주인으로 모시는 너무도 당연한 일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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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2/11/08 [12:32]  최종편집: ⓒ kidok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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