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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활란(金活蘭, 1899-1970) 교육자(이화여대 총장), ‘대한민국 순회대사’(3)
김형석 (경희대학교 역사학박사, 현 (사)통일의꿈 부설 통일과역사연구소 소장)
 
편집부   기사입력  2022/10/17 [15:44]

《친일인명사전》에서는 이렇게 고발하고 있다. 

 

“김활란은 일제의 황국신민화정책에 호응하여 1936년 6월 총독부 사회교육과 사회교화진흥간담회를 시작으로, 1937년 1월부터 방송교화선전협의회 부인강좌반 강사로 활동했다. 이후 조선부인문제연구회, 애국금차회, 이화애국자녀단, 국민총력조선연맹, 임전대책협의회, 조선임전보국단, 전위여성격려대, 국민동원총진회, 조선언론보국회, 조선국민의용대 등에도 그녀의 이름이 등장한다. 이 밖에 〈매일신보〉, 〈동양지광〉, 〈조광〉, 〈반도의 빛〉, 〈대동아〉, 〈신세계〉 등에 친일을 주장하는 수많은 글을 남겼다.” - 〈친일인명사전〉(민족문제연구소, 2009, pp. 709-714 요약) 

 

이 같은 김활란의 행적을 두고 여성계에서는 “여성교육과 이화여전을 살리기 위한 순교자적 행위였다”는 동정론과 “적극적 친일주의자로서 정죄해야 한다”는 단죄론이 맞서 있다. 그러면 한국교회는 김활란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역사가가 역사적 인물을 평가할 때는 육하원칙에 따라 대상자의 삶의 행적을 조명하는 것이 첫 번째이다. 여기에는 ‘무엇을’ ‘어떻게’와 함께 ‘왜’라는 무름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역사를 연구하는 목적은 법관처럼 결과를 심판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인물의 삶을 연구하여 올바른 역사의식을 갖게 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김활란은 ‘왜’라는 물음에 대해 “이화를 지키기 위해서였다”라고 답한다. 그것이 방법론상 잘못된 판단이었으며, 결국 이화여전이 폐교당하고 농촌지도원 연성소가 되었을지라도, 당시 그녀의 친일 동기가 이화를 지키고 여성교육을 통해서 민족적 역량을 함양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주장은 변명이라 할지라도 사실이다. 남들과 달리 평생을 이화인으로 산 김활란에게는 일제에 의해 다른 학교들이 폐교되는 사례들을 보면서 학교를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친일의 길로 나서게 한 이유였다. 결국 김활란의 가장 큰 잘못은 ‘이화’라는 학교사회를 조국 ‘조선’보다 더 사랑한 데 있었다. 혹자는 “김활란이 일제에 의해 주도된 공간에서 ‘조선적 기독교’를 실현하려 하고 여성교육을 시도한 것이 자멸행위를 가져왔다”고 평한다.

 

그러나 우리는 ‘베드로의 실수’(죄)를 통해 신앙적인 교훈을 얻는 것처럼 ‘김활란의 잘못’(친일)을 통해 역사적 교훈을 얻게 된다. 다만 한국교회는 김활란의 친일행적 때문에 국가와 교회 발전에 공헌하고 이화를 통한 여성교육에 평생을 헌신한 그녀의 공적을 모두 묻어 버리고 신앙인격까지 매도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된다. 김활란처럼 일제 강점기를 살면서 갈 길을 몰라 방황하며 잘못된 길을 걸어간 부끄러운 역사도 한국교회의 자화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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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10/17 [15:44]  최종편집: ⓒ kidok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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