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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종교사회학회 회장 김성건 교수
“세속적 정치권력 가까울수록 종교는 고유한 맛 잃게 된다”
 
문인창 편집국장   기사입력  2012/04/10 [00:26]


▲ 제16회 영익기념강좌서 제1발제자로 나선 김성건 교수(서원대 종교사회학, 대전성남교회)가‘미국 복음주의의 정치참여’란 주제로 발제를 주목을 받았다.     © 문인창 편집국장


청교도들에 의해 건국된 미국과 세속적 다종교사회인 한국은 달라

기독교인들 하나님 백성이지만 동시에 대한민국의 국민임을 직시해야

기독교 정당을 만드는 등 섣부른 현실정치 참여 시도는 안타까운 일

 
2012년의 대한민국은 국민들의 관심이 정치적 현안과 결과에 집중된 아주 중요한 해이다. 며칠 전에는 4.11총선이 있었고, 연말에는 나라의 최고 통치자를 뽑는 대선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 정치는 다소 먼 영역에 있는 단어로 들릴 때가 있다. 정·교 분리가 엄연한 대한민국의 상황과 그동안 보수적이었던 기독교계의 영향 때문이다.

이러한 차에 지난 3월 28일(수) 오전 10시 서울신학대학교(총장 유석성) 우석기념관 강당에서는 서울신학대학교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소장 박명수 교수) 주최로 제16회 영익기념강좌가 열렸다. ‘정치와 종교 : 한국과 미국’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기념강좌에서는 제1발제자로 김성건 교수(서원대학교 종교사회학)와, 제2발제자로 박명수 교수(서울신학대학교 교회사)가 나섰으며 배덕만 교수와 이길용 교수의 논평이 있었다.

‘미국 복음주의의 정치참여’(김성건 교수), ‘이명박 정부시대의 정치와 종교’(박명수 교수)에 대해 발제와 논평으로 이루어졌던 이번 강좌는 현 대한민국의 사회분위기에 대응하여 매우 적절한 강좌라고 사료된다. 이에 한국종교사회학회 회장이자 서원대학교 종교사회학 교수로서 제1발제자였던 김성건 교수를 만나 이번 기념강좌의 의미와 종교사회학자의 입장에서 보는 대한민국의 정치와 기독교인들의 태도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1. 반갑습니다. 독자들의 궁금증을 위해 먼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우선 모태 신앙인으로서 복음주의자이며 현재 대전성남장로교회의 장로입니다. 그리고 사회현상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사회학자로서 저는 이념적으로 보수 우파에 속한다고 하겠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사회학자라고 하면 흔히들 사회주의자이거나 급진주의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종교를 연구하는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2. 대한민국은 국교가 없는 다종교국가로서 종교와 정치 분리라는 확실한 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선을 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로 인해 기독교계가 보수와 진보로 극명하게 나뉘이기도 합니다. 교수님께서는 대학교단에서 종교사회학을 강의하시는 교수로서 이러한 현상에 대한 진단을 부탁드립니다.
종교와 정치의 관계는 세계사를 통해서 볼 때 가장 뜨거운 쟁점 중 하나로서 미국의 저명한 종교사회학자 로버트 벨라의 주장을 따라 종교와 정치가 (1)분리 (2)융합 (3)창조적 긴장 이상 세 가지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 관계 중에서 한 사회에서 종교가 가장 사회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경우는 정치에 대해서 창조적 긴장을 자아낼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종교와 정치가 완전히 분리되는 것이나 완전히 융합되는 것 양자 모두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문제는 종교와 정치가 과연 어떻게 창조적 긴장 관계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라는 것입니다.


3. 2012년은 대한민국에서 총선과 대선이 실시되는 중요한 해이지만 많은 기독교인들이 정치참여에 대한 올바른 방향성이 갖춰지지 않아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기독교인이요 종교사회학자로서 이 사회를 보시는 관점과 기독교인들의 정치참여에 관한 방향성에 대해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선 저는 자유 민주주의가 1945년 서구로부터 대한민국에 처음 이식되어 이제 겨우 67년 밖에 지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달리 말해서, 형식적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정착되었지만 아직 실질적 민주주의가 제대로 자리 잡게 되지 못한 상태입니다. 게다가 현 한국 사회에는 남북 분단과 1950년 발발한 불행한 6·25 전쟁이 갖다 준 이념적 분열과 갈등의 유산이 아직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대체로 전쟁의 상처를 극복하는 데는 통상 3세대(약 90년)가 걸린다는 것을 수용하면, 아직도 약 20-30년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함을 알 수 있습니다. 2012년 현재의 한국 사회는 언론에서 자주 말하듯 이른바 ‘남남갈등’이라는 이념적 분열과 갈등을 문제시할 수 있습니다. 미국을 위시하여 대부분의 다른 나라에서는 대체로 경제성장과 작은 정부, 개인의 책임과 경쟁 등을 지지하는 우파와 평등지향적 분배와 큰 정부 및 사회복지 등을 지지하는 좌파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우파와 좌파를 나누는 중요한 구분선이 달라서, 현 북한 체제(정권)과 미국을 어떻게 생각하는 가를 놓고서 우파와 좌파가 명백히 나누어진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즉, 북한 체제에 우호적인 반면 반미(反美)일 경우는 좌파, 그리고 북한 체제를 비판하면서 친미(親美) 내지는 용미(容美)일 경우는 우파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독교인들의 정치 참여의 방향성과 관련하여, 물론 사람마다 이념적 지향이 다르겠지만 기독교와 공산주의가 물과 기름처럼 양립되기 어려운 것이라는 점을 주목하는 방향에서 정치 참여가 이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4. 이제 ‘영익기념강좌’에 대한 말씀을 좀 나누었으면 합니다. 3월 28일 서울신학대학교에서 ‘정치와 종교 : 한국과 미국’이라는 주제로 제16회 영익기념강좌가 있었습니다. 시기적으로 매우 중요한 주제로 열린 강좌였습니다. 영익기념강좌에 대한 설명을 부탁합니다.
이 영익기념강좌는 경기도 부천에 있는 서울신학대학교의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소장 박명수 교수, 교회사)가 이 연구소의 설립기금 기증자인 고 김영익 집사(장춘단교회)를 기리며 1997년부터 매년 봄에 개최하는 학술 강좌로서, 저명한 학자들을 초빙하여 주로 한국 교회 및 복음주의 운동의 최근 이슈들을 집중적으로 다루어오고 있습니다. 제가 이번에 이 강좌의 발표를 맡게 되어 개인적으로 영광이었습니다.


5. 학자로서 교수님께서 발표하셨던 ‘미국 복음주의의 정치 참여’에 대한 발표내용을 소개해 주시고 한국의 기독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선 제 논문의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미국의 건국 이래 나타난 종교와 정치의 관계사에 주목해볼 때, 최근 치러진 몇 차례의 대통령 선거를 통해 부각된 복음주의(특히 근본주의 진영)의 우파 정치 참여는 ‘과거’의 흐름 곧, 미국 종교의 ‘정치적, 선교적’ 성격을 지닌 미국 민주주의의 전통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미국의 예외성’이란 독특한 유산을 갖고 있는 개신교(특히 복음주의) 진영의 정치 참여 및 대외정책에 대한 영향력은 ‘보수적 아메리카니즘’과 ‘시민종교’의 유산을 갖고 있는 미국 역사에서 최초부터 그동안 줄곧 있어 왔던 현상으로서 일반의 상식이나 사회과학자들(특히 좌파)의 주장과는 달리 결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다만, 사회학적 관점에서 볼 때, 미국 개신교 복음주의가 최근 1970낸대 이래 정치(특히 우파)에 예전보다 한층 더 두드러지게 참여하게 된 데는 무엇보다도 미국의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1960년대에 일어난 ‘성(性)의 혁명’으로 집약되는 ‘급진적’ 문화변동이라는 일대 쇼크에 대한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2000년대 미국의 대 이슬람 대외정책이 예전보다 한층 더 강경노선으로 바뀌게 된 데에는 이른바 ‘아마겟돈 신학’의 정당성을 한층 제고시킨 2001년 9·11 테러 사건이라는 역사적 요인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최근 미국 대선과 관련하여 공화당의 핵심 기반 세력인 이른바 ‘바이블(성경) 벨트’의 복음주의 기독교도들이 공화당 대선후보로서 낙태와 동성결혼 등 이슈에서 가장 선명한 보수 성향을 유지해온 이태리계 보수적 가톨릭 신자인 릭 샌토럼(Rick Santorum)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현상을 주목할 때, 정치에 대한 미국의 보수적 종교의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사실을 재확인할 수 있다. 세속적인 유럽과 달리 미국 사회에 전반에 퍼져있는 종교의 ‘활력’과 ‘잠재력’을 고려할 때, 이 같은 미국의 독특한 전통은 결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한국 기독교가 나아가야할 방향성에 관해서, 저는 먼저 청교도들에 의해 건국된 미국과 세속적 다종교사회인 한국은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한국의 기독교인들은 영적으로는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지만 동시에 현실적으로는 대한민국의 국민임을 직시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최근 한국 개신교의 일각에서 새로운 기독교 정당을 만드는 등 섣부른 현실 정치 참여를 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저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 본보 운영이사장 정민량 목사와 발행인 오종영 목사가 대전성남교회 목회실에서 김성건 교수와 함께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문인창 편집국장


6. 미국복음주의의 정치참여와 한국 기독교의 정치참여와의 차이점에 대해
앞의 대답과 연결되는 것입니다만, 미국 복음주의의 정치 참여는 그 나름의 역사적 토대가 있는 것이지만 한국 기독교의 정치 참여는 그동안 열매보다는 문제를 더 많이 초래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기독교계의 우파(보수)와 좌파(진보) 양 진영의 일부 인사들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서로 경쟁하듯 요직에 진출하였는데 과연 이들이 한국 정치의 발전에 얼마나 기여했으며 한국 교회에 어떤 긍정적 일을 했는지 저는 비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종교가 세속적인 정치권력에 가깝게 갈수록 종교의 고유한 맛을 잃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도, 최근 복음주의의 지나친 정치 참여에 대한 비판이 증가하고 있고, 특히 젊은 층 가운데서 조직화된 종교를 기피하는 무종교층의 비율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 사실을 우리 교계도 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7. ‘영익기념강좌’에서 제2발표자로 나섰던 박명수 교수(서울신대)의 ‘이명박 정부 시대의 정치와 종교’에 대한 주 내용과 논평이 있었습니다. 주된 내용과 한국의 현실적인 부분을 교수님 입장에서 어떻게 바라보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박명수 교수님께서는 교회사학자로서 현 이명박 정부의 종교관련(기독교와 불교) 정책에 대한 실증적 연구를 발표하셨습니다. 이 논문에서 박 교수님은 이른바 ‘종교편향’ 문제에 주목하여 아이러니하게도 그동안 불교계에서 주로 제기한 개신교계에 대한 편향이 아니라 사실상 불교에 대한 편향으로 드러난다는 것을 공적 통계를 통해 잘 입증하셨습니다. 그래서 이 논문은 지금도 정부의 종교 관련 예산의 대부분을 불교 쪽에서 가져가고 있다는 사실을 적시하였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불교계는 정부가 기독교(개신교) 편향적이고 상대적으로 불교는 소외받고 차별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가라고 그는 지적하셨습니다. 저 역시 박 교수님의 이 같은 문제제기에 기본적으로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 초기 때부터 제기된 불교측의 종교(개신교)편향에 대한 지적이 한국 사회에서 그동안 일정한 지지를 받게 된 배경에 는 이명박 대통령을 위시하여 소망교회로 상징되는 우리 개신교계가 함께 반성할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8. 크리스찬으로서 정치참여에 대한 올바른 자세에 대한 가이드를 제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우선 민주시민으로서 적극적으로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것이 참여 민주주의의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민주주의의 양당 정치 구도가 자리잡도록 양대 정당(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정강 정책을 비교해보고, 또한 각 지역구에 출마하는 입후보자들의 약력과 사람됨 등을 차분히 따지고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지혜를 구하는 가운데 선거 당일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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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2/04/10 [00:26]  최종편집: ⓒ kidok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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