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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하나님만 계셨다 94호
오주원 장로 (한남대학교회)
 
편집국   기사입력  2015/06/19 [15:27]
▲ 오주원 장로 (▲한남대학교회)     © 편집국
금년 2월말경 운동 후 샤워장에서 본 소변은 검붉은 커피색깔이었다. 작년 5월에 요관결석이 발견되고 두 달 후에는 초음파를 이용한 체외충격파쇄기로 결석을 파쇄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혹시 결석이 자연적으로 빠져나오느라 상처가 나서 그런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피오줌이 과히 싫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3일 후에 다시 검붉은 커피색깔의 소변을 보았다. 통증은 없었지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음날 비뇨기과의원에 들렀다. 약간 노란색의 소변이었는데도 검사결과는 혈뇨가 있었으며 염증소견으로 약을 처방 받았다. 2주 동안 약을 복용하며 소변검사를 받았으나 계속 혈뇨가 발견되었다.
 
의사도 이상했는지 영상의학과에서 복부CT를 찍도록 의뢰하였고 그 결과는 암이 의심되니 큰 병원에 가보라는 것이었다. 의사 소견서와 영상자료 등을 가지고 종합병원에 들러 진료를 받았다. 신우암이었다. 바로 수술을 하여 신장을 비롯한 요관 요로 등을 적출한 후 조직검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충격을 숨기며 담담하고 침착한 모습으로 의사와 수술 및 검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신장은 두 개가 있으니 한 개를 적출해내도 살아가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는 의사의 위로를 들으며 병원을 나섰다. 생각해보니 주위에는 암으로 수술을 받고 잘 지내는 사람도 많이 있었다.
 
집에 돌아와 신우암이라는 진료결과를 아내에게 알리고 내 방에 들어가 홀로 생각에 잠겼다. 하필 사망률 1위인 암이었다. 암은 나에게 있어서는 죽음이었다. 평소에 생각하기를 죽음이란 피할 수 없는 것이고 죽음도 삶의 일부라는 태도여서 나는 죽음에 항상 초연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제 그 죽음이 나의 현실이 되었다. 이제 이 세상에서의 모든 것이 끝나게 된다. 11개월 후면 정년퇴직을 하는데 정년도 못하고 죽는 것이 아쉬웠고, 남겨지는 가족과 특히 살아계신 부모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되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정년을 하면 무엇을 할까하고 늘 생각하며 기도하고 있던 중이었다. 하나님의 뜻을 구하되 명예와 돈과 연구와 관련된 여러 가지 세상적인 일들을 나의 성격과 능력과 주변여건 등을 생각하며 계속하여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암 선고는 모든 것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지금까지 일생을 통하여 노력하며 이루어온 모든 것이 무의미했고, 정년 후에 이루려는 모든 계획들이 무의미하였다. 정리하고 떠날 시간이나 있을까. 딱 죽음의 문턱에 직면한 나에게 남아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어두운 우주공간과 같은 공허함만이 느껴졌다. 그 공허하고 어두운 공간속에 홀로 남겨져 있다고 느끼며 어찌할 줄 몰라 방황하고 있었다.
 
이런 방황의 순간에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만져지지 않았지만 주위에 위안의 따스함으로 나를 감싸는 어떤 느낌을 받았다. 주님이시라고 느꼈다. 모든 것이 무의미하여 아무것도 없는 공허한 죽음과 직면한 순간에 하나님이 함께하고 계셨다. 오직 하나님만 계셨다. “내가 너와 함께 있으니, 두려워하지 말아라. 내가 너의 하나님이니, 떨지 말아라. 내가 너를 강하게 하겠다. 내가 너를 도와주고, 내 승리의 오른팔로 너를 붙들어 주겠다.”고 말씀하시는 주님의 들리지 않는 음성이 느껴졌다.
 
내 판단과 계획을 모두 주님 앞에 내려놓고 오직 주님이 주시는 은총만을 구하였다. 신우암을 치료해달라고 기도하였다. 나에게 믿음을 더하여 주시고 성령을 보내주셔서 속사람을 강하게 하시며 내 삶이 남아있는 시간동안 하나님의 사랑을 알고 그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게 해달라고 기도하였다.
 
식사시간이 되자 밥맛이 완전히 소실되어 있음도 알았다. 밥맛 떨어진다는 말이 실감났다. 나 자신도 알아채지 못하는 순간에 죽음의 그림자가 내 육신에도 영향을 준 모양이었다. 그러나 주님께서 함께 하심을 느낀 이후에는 주님께서 주시는 말씀을 믿음으로 도와주시기를 기도하고 모든 것을 주님께 맡겼다. 한남대학교회 교우들의 특별기도회와 대전교수선교회 교수들, 학원복음화협의회 간사님들, 믿음을 나누는 형제자매들의 개인적인 기도가 많은 힘으로 다가왔다. 수술의 순간에도 주님이 친히 수술의 집도자가 되셨고 치료자가 되셔서 점차적으로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미리 죽음에 직면케 하여 죽음의 순간에는 오직 주님만이 계심을 경험하게 하신 것도 주님의 큰 은총임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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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6/19 [15:27]  최종편집: ⓒ kidok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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