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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 개정안(종교단체 해산법) 발의 강력히 규탄한다!
 
오세영   기사입력  2026/01/30 [14:22]

▲ 사진제공:17개광역시·도 악법대응본부     ©편집부

 

17개광역시·도 악법대응본부(이하 악대본)은 1월 9일 최혁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민법 개정안을 사실상 종교단체 해산법으로 보고 이를 강력히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법안은 적용 대상이 비영리법인이라고 했지만 정교분리 원칙을 명시한 점으로 보아 특히 종교법인 규제를 위한 법안으로 보이며 개신교의 교단과 기독교 연합단체를 향한 규제법안에 해당한다.

 

이 법안은 정교분리 원칙의 개념을 서구 근대 국가의 국교분리 원칙이 아닌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가 “포교규칙”을 통해 조선의 교회가 독립운동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족쇄를 채운 것과 같은 내용이다. 게다가 법안이 종교단체가 정교분리 원칙을 어겼는지의 판단도 행정기관이 하고 법원이 발부한 영장 없이도 행정 공무원이 종교기관을 압수·수색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독재정권만이 할 수 있는 종교 탄압에 해당한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법안은 발의되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종교기관을 포함한 모든 비영리법인이 강력한 반발을 불러올 위험천만한 법안이다. 17개광역시도 악법대응본부의 규탄 성명서 전문은 아래와 같다.

 

성명서

일제 강점기의 「포교규칙」을 연상케 하는 ‘종교법인 강제 해산법(「민법」개정안)’발의를 강력히 규탄한다!

 

지난 1월 9일 무소속 최혁진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우영, 김준혁, 권칠승, 염태영, 이건태, 이성윤, 송재봉, 서미화의원 등이 발의한 「민법」 개정안은 비영리법인이 정교분리 원칙을 위반하거나 「공직선거법」등을 위반하여 선거, 정당 또는 후보자와 관련하여 정치활동에 개입하면 설립허가를 취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안 제38조). 또한 이와 같은 사유가 있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업무 및 재산 상황 확인을 위하여 법인의 사무소, 사업장 또는 그 밖의 장소에 출입하여 장부, 서류, 그 밖의 물건을 검사하게 하거나 관계인에게 질문하게 할 수 있도록 하였다(안 제38조의2 제2항). 나아가 정교분리 위반이나 정치 개입의 이유로 해산된 경우에 잔여재산을 국고에 귀속하도록 하였다(안 제80조 제4항).

 

그런데 이 법안은 ‘정교분리 원칙’을 명시하고 있따는 점에서, 비영리법인 중 특별히 종교법인에 대한 규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종교계 사단법인인 개신교 교단 총회 및 개신교 연합기구인 한교총, 한기총, 한교연, 전국 17개 광역시도의 기독교연합회, 그리고 종교계 시민단체 등과 종교계 재단법인인 천주교 교구 유지재단, 조계종 등 주요 종단 유지재단, 개신교 선교/교육 재단, 종교계 방송사 등을 망라하여 각종 종교법인이 이 법의 직접 적용을 받게 된다. 다시 말해 정교분리 원칙을 위반하면 종교법인의 설립허가를 취소하여 강제 해산시키겠다는 참으로 위험한 발상이 담긴 이 법안은 가히 ‘종교법인 강제 해산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의 발의자들은 정교분리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정교분리’라는 개념이 처음 도입된 것은 일제 강점기 때였다. 일제는 서구 근대 국가의 원칙인 ‘국교(國敎)분리(국가와 종교의 분리)’를 가져와 이를 ‘정교(政敎)분리(정치와 종교의 분리)’로 변경, 왜곡하였다. 그리고 종교인들에게 “신앙은 내세(사후세계)의 일이지 현세(정치)의 일이 아니다”라는 논리를 강요하였다. 이는 독립운동을 원천 봉쇄하기 위한 고도의 통제 전략이었다. 일제는 식민 통치 강화와 종교 통제를 위한 수단으로 1915년 「포교규칙」을 제정하여, 기독교, 불교 등 주요 종교의 포교 행위를 조선총독부의 철저한 감독과 허가 아래에 두었고, 포교소 설치 허가, 활동 보고서 제출 등을 의무화하여 종교 활동 전반을 감시했다. 이는 종교가 민족 운동이나 반일 운동으로 발전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고, 종교를 철저히 정치로부터 격리(정교분리)시켜 식민지 지배 체제에 순응하게 하려는 목적이었다.

‘국교분리’는 국가가 종교에 간섭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일제는 「포교규칙」을 통해 ‘정교분리’라는 명분을 내세워, 실질적으로는 종교를 정치(민족 운동)로부터 떼어내어 통제하는 법적 장치로 활용하였다. 당시 한국의 종교(기독교, 천도교 등)는 항일 운동의 중심이었기 때문에, 일제는 「포교규칙」을 통해 종교의 현실 참여를 원천 봉쇄했다. 또한 미국 등 서구 선교사들에게 “정교분리 원칙을 준수하여 조선인들의 독립 열망에 동조하지 말라”고 압박하는 외교적 카드로 활용했다. 나아가 일제는 기독교나 불교 등 다른 종교에는 “정치에 관여하지 말라(정교분리)”고 엄격히 잣대를 들이대면서도, 정작 조선인들에게는 국가 이데올로기인 신사참배를 강요하는 정교유착의 극치를 보였다. 이처럼 일제는 정교분리를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원칙”이 아니라, “종교를 정치적으로 무력화하기 위한 족쇄”로 사용했던 것이다.

 

한편, 해방 이후 미군정청은 모국인 미국 「연방헌법」을 모델로 하여 우리나라의 건국을 위해 「The Constitution of Korea」와 「Proclamation on the Rights of the Korean People」이라는 2개의 헌법 초안을 작성하였다. 이들 초안에는 국교설립 금지, 종교의 자유 및 국교분리(separation of church and state)가 규정되어 있었을 뿐, 정교분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런데 「Proclamation on the Rights of the Korean People」의 국문 번역본인 「조선 인민의 권리에 관한 포고」는 국가를 의미하는 ‘state’를 ‘정치(politics)’로 오역하였고, 영어 원문과 달리 ‘종교와 정치의 분리’로 기술하였다. 당시 일제의 잔재인 정교분리 개념의 영향으로 이러한 오역이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유진오 박사는 미군정청의 헌법 초안 2개를 참조하여, 대한민국 제헌헌법 초안에 국교 설립 금지와 종교의 자유를 최초로 규정하였는데, 영문 원본과 대조 없이 오역된 ‘종교와 정치의 분리’를 제헌헌법 초안에 그대로 옮긴 것으로 보인다. 이후 지금까지 우리 헌법에는 ‘국교분리’가 아닌 ‘정교분리’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전 세계에서 국교 설립을 금지하여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국가 중, 정교분리를 헌법에 규정한 나라는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다. 독일의 헌법인 「독일기본법」의 경우에도 국교설립을 금지하고 있으나, 정교분리 규정은 없고, 오히려 국가와 종교의 협력 관계를 명시하고 있다.

 

최혁진 「민법」 개정안은 한마디로 일제의 잔재인 왜곡된 정교분리를 내세워 한국의 종교계를 통제하에 굴복시키고 저항운도의 기반을 약화하고 탄압하기 위한 현대판 「포교규칙」이다. 「포교규칙」은 제4조, 제7조와 제10조 등에서 “안녕질서를 방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였고, 특정 포교자가 항일 메시지를 전하거나 독립운동에 연루되면, 해당 포교자의 활동을 금지했다는 점에서 이 법안과 유사성이 있다. 즉, 종교가 사회 운동에 참여하는 것을 “종교 본연의 의무를 저버린 행위”로 규정하여 정치에 관여하면 종교로서의 생존권을 박탈하겠다는 협박의 도구인 이 법안은 일제의 망령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법안은 정교분리 위반이나 정치 개입이라는 명목을 내세워서 정부가 종교법인의 회계 감사와 업무 감사를 강제하도록 하였다. 수사기관이 아닌 행정 공무원이 법원이 발부한 영장이 없어도 압수·수색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헌법상 영장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으로서, 결사·종교의 자유 말살 및 종교 탄압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또한 종교법인의 정당한 정치 참여 행위에 대해 왜곡된 정교분리 개념을 적용하여 해산시키고, 헌금과 기부금으로 마련된 재정을 정부가 몰수하도록 한 것도 일제 강점기의 교회당 폐쇄등 종교 탄압과 매우 흡사하다. 현행 「민법」 제80조가 해산한 법인의 재산은 정관으로 지정한 자에게 귀속하도록 하거나 법인의 목적에 유사한 목적을 위하여 재산을 처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이 법안은 국가가 잔여재산을 몰수하는 극악한 방법을 도입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 법안은 종교가 불의한 현실에 저항하는 것을 ‘정치적 행위’로 규정하여 금지했던 일제의 「포교규칙」을 연상케 한다. 무엇이 두려워 종교를 통제하려 하는가? 이 법안은 종교를 ‘자유 영역’이 아닌 ‘행정 통제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있으며, 국가가 종교계를 장악하고 저항운동을 억압하는 강력한 법적 도구로 악용될 것이 명확하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 종교의 자유를 말살하는 이 반민주 전체주의 악법의 즉각적인 철회를 강력히 촉구한다.

만약 강행한다면, 제2의 독립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나게 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

 

2026년 1월 27일

17개광역시·도 악법대응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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