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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성 칼럼] 잠 못 이루는 열대야(熱帶夜)의 단상(斷想)
대전주님의교회 담임목사
 
이승주   기사입력  2021/08/05 [10:16]
▲ 대전주님의교회 박기성 목사     

 

올해 여름은 유난히 무덥습니다. 옆집 옥상 화분에 심겨진 고추 잎은 축 늘어져 죽기 직전입니다. 한 낮의 열기는 밤이 되어도 식지 않습니다. 밤새 에어컨을 켤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창문을 열어 약한 바람이라도 거실 안으로 들어오게 할라치면 바람 같지 않은 그 잘난 바람을 타고 담배 냄새만 들어옵니다. 옆집 아저씨도 열대야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런닝 셔츠 차림으로 마당에 나와 담배를 피우는 겁니다.

 

더위와 관련된 성경 속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개신교 성경에는 없지만 가톨릭 성경이나 공동번역 성경에 있는 <토비트>서 속의 토비트라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토비트>는 주전 8세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토비트는 아시리아에 의해 니느웨로 유배되어 온 디아스포라 주민입니다. 그는 신명기적 율법을 엄격하게 준수하는 모범된 하나님의 백성이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어려운 이웃을 돕는 선한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오순절 잔치가 있던 날에 토비트는 아들 토비아로부터 목 졸려 살해당한 유대 동포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듣습니다. 그 살해당한 동포의 시체가 장터에 그냥 방치되어 있다는 소식도 함께 들었습니다. 토비트는 그 소식을 듣자마자 벌떡 일어나 동포의 시체를 거두어 장례를 치뤄 주었습니다. 죽은 사람을 묻어주고 돌아온 토비트는 뜰 안으로 들어가 담 옆에 누워서 잠을 청했습니다. 하지만 그 날 밤의 공기는 열기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더위로 인해 얼굴을 덮지 않고 드러낸 채로 자고 있는데, 담 위에 있던 참새가 누운 뜨거운 똥이 토비트의 눈 위에 떨어졌습니다.

 

그것으로 인해 토비트는 시력을 잃게 되었습니다. 그 후 토비트의 아내 안나는 실을 뽑는 일로 품팔이로 가족을 먹여 살려야 했습니다. 품삯과 함께 덤으로 얻어온 새끼 염소 때문에 생긴 오해로 부부는 말 다툼이 벌어집니다. 그러자 토비트의 아내 안나는 그동안 참아왔던 불만을 쏟아 냅니다. 

 

“당신이 베푼 자선으로 얻은 것이 무엇입니까? 당신이 쌓은 덕행으로 얻은 것은 무엇입니까?”

마음이 몹시 괴로운 토비트는 크게 울며 하나님께 기도합니다. 

“주님, 살아서 이 많은 고뇌를 겪는 것보다는 차라리 죽어서 이 조롱을 듣지 않는 편이 낫겠습니다.”

 

이 기도를 들으신 하나님이 라파엘 천사를 보내셨습니다. 라파엘은 토비트의 아들 토비아를 데리고 가서 토비트의 시력을 되찾게 해 줄 약을 구해 옵니다. 마침내 토비트는 시력을 되찾게 되었고 사라라는 며느리도 얻게 됩니다. 시간이 더 흘러 토비트도 늙어 죽을 날이 찾아 왔습니다. 토비트는 죽기 전에 아들에게 이렇게 유언합니다. 

“얘야, 자선의 결과가 무엇인지, 악의 결과가 무엇인지 잘 알아 두어라. 악의 결과는 죽음이다.”(토 14:11)

 

<토비트>는 하나님의 뜻을 따라 선을 행하며 정직하게 사는 사람에게는 시련도 따르지만 결국 모든 것이 좋게 된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잠언>에서도 솔로몬은 “악한 자의 집은 망하겠고 정직한 자의 장막은 흥하리라”(잠 14:11)고 말합니다. 

 

때로는 현실속의 부조리와 악한 자들의 흥함 때문에 시험에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토비트>와 <잠언> 등의 성경은 우리에게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순종과 정직한 삶의 결말이 ‘흥함’이라는 진리를 가르쳐 줍니다. 물론 시련이 뒤따르겠지만 “악의 결과는 죽음과 망함”이고, “정직의 결말은 흥함”이라는 진리를 믿고 현재를 살아야겠습니다. 그런 믿음마저 상실된다면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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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8/05 [10:16]  최종편집: ⓒ kidok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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