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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신 목사(양정교회) 225호
“두 통의 편지”
 
편집부   기사입력  2020/10/22 [17:45]
▲ 박재신 목사(전주양정교회)     ©편집국

목사에게 목회는 평생 해야 할 주된 업무요 사역입니다.

 

자신의 신앙과 영성 유지를 위해 기도와 성경연구를 게을리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교우들의 가정을 심방하여 병약자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며 그들의 고민과 문제에 대해 상담하고 교회 내 크고 작은 일들에 대하여 영적이며 행정적인 결정을 내려야 할 뿐 아니라 대내외적으로 교회를 대표하여 활동하거나 어떤 입장을 나타내야 하며 불신자들에게 전도하기도 하고 교우들을 독려하여 전도와 선한 일에 참여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러한 업무들은 대부분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어느 수준에서, 어떤 위치에서, 어떤 방식으로 대하고,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하는 것에 대해서 고민하고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 목사의 주된 사역이라고 할 수 있는 설교는 더욱 더 그렇습니다.

 

설교는 단지 강연이나 지식 전달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입니다. 영원한 진리의 말씀인 성경을 통해서 이 시대의 여러 환경에 속한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욕구와 기대 그리고 각기 다른 형편과 수준에 있는 사람들을 같은 시간에 같은 자리에 모아놓고 같은 내용의 설교를 통해서 그들을 감동시켜 그들의 삶이 그리스도를 닮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지고 강단에 서는 것이 설교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목회자에게 설교의 부담은 크나큰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설교를 잘 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은 목사라면 모두 다 한번쯤, 아니 평생 안고 노력하며 풀어가는 숙제인 것입니다. 그래서 늘 성령의 도움을 구합니다. 설교자 자신이 성령에 감동되어 강단에 설 때 교우들에게도 감화력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교우들을 향한 하나님의 온전하신 뜻을 나타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지고 언제나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설교를 준비하며 오직 주님만 의지하고 강단에 서서 외치는 것이 목사의 일입니다.

 

그리고 교인들이 아멘으로 반응하고 삶의 현장에서 설교의 내용들을 적용하여 변화되는 모습을 볼 때, 그리고 그러한 간증을 들을 때 그때가 목회자로서 최고의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며 행복한 순간입니다.

 

지난 주간에 저는 두 통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한 통은 우리교회에서 신앙생활하신 지 15년이나 되신 분이 보낸 내용입니다. 우편으로 제게 배달되어 왔습니다. 편지에 우리교회를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 다섯 가지를 적었습니다.

 

첫째는 여러 차례 중직자 선거에 탈락하여 의욕이 크게 상실되어 있고, 둘째는 다른 동으로 이사한 관계로 집에서부터 교회가 공간적으로 멀게 느껴졌으며, 셋째는 CBS-TV와 라디오 등을 통해 여러 유명한 목사님들의 설교를 접하다보니 담임목사님의 설교 스타일이 지겹고, 지루하고, 졸리기까지 하여 괴로웠고, 넷째는 성전 건축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심적 부담으로 괴로웠으며, 다섯째는 은퇴 후에 평신도 전문인 선교사를 꿈꾸고 있기 때문에 그에 맞는 교회를 찾아가서 신앙생활을 하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물론 그동안 여러 가지 힘든 일과 어려운 일들이 있을 때 기도해 주시고 조용히 다가와 조언해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다는 인사의 말과 함께 말입니다.

 

저는 이 편지를 읽고 그냥 마음이 슬펐습니다. 그리고 나를 돌아보았습니다.

 

목회 행위는 내가 하지만 영혼을 키우고 양육하며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주님이 하시는 영역이라는 생각에 조금은 위안은 되었지만 그래도 15년의 인정과 사랑의 끈이 순간 끊어지는 허전함이 밀물처럼 밀려왔습니다. 차라리 대면하여 말씀을 나눴다면 축복 기도라도 해서 보내드렸을 텐데 이미 다른 사람을 통해서 다른 교회에 등록했다는 소리를 듣고 보니 그럴 기회도 없어져버려서 아쉬울 뿐입니다. 아무쪼록 새로 등록한 교회에서는 더욱 분발하여 주님만 바라보고 섬기는 귀한 그릇이 되기를 축복할 뿐입니다.

 

그런데 나머지 한통의 편지가 저를 위로하고 행복하게 했습니다.

 

이 분은 우리교회 교인은 아닙니다. 이름도 없이 정성스럽게 헌금 봉투에 담겨져서 헌금바구니에 넣은 것을 재정부 헌금 계수 후에 제게 넘겨준 내용입니다. 어려서 유아세례를 받고 교회를 다니긴 했지만 청소년기 이후 방황하여 교회를 멀리했고 사범대 진학 후에 임용 시험에 여러 차례 낙방하여 좌절하고 있던 중에 양정교회에 출석하며 말씀에 위안을 얻고 꾸준히 노력하여 드디어 금년에 합격했다는 것입니다. 그분은 편지 말미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담임 목사님의 열정적이고 진솔한 설교와 칼럼, 그리고 주보를 제작하고 배포해주시는 양정교회 교인들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는 타지로 시험을 봤기 때문에 앞으로 그 지역에 있는 교회에 등록할 예정입니다”

 

우리 교회에 등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저의 목회 사역이 그분의 삶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매가 있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했습니다. 그분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어디로 가든 주님의 은혜가 넘치시기를 축복합니다. 저는 내 양을 먹이라고 하셨던 주님의 말씀 때문에 강단에 섭니다. 언제나 부족하고 연약해서 주께서 긍휼히 여기시고 역사해 주시기만 바라고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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