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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와 진보란 무엇인가 191호
김성건 장로/장신대 종교사회학 초빙교수,대전성남교회
 
오종영   기사입력  2019/04/12 [16:20]
▲ 김성건 장로(대전성남교회)     © 편집부

현 한국사회에서 거론되고 있는 ‘보수’와 ‘진보’란 도대체 무엇인가?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의 개념은 책임감 없는 정치인들에 의해 권력 게임에 이용당하면서 오늘의 경제적으로 불안한 시기 속에서 점점 더 극심한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전적으로 보수주의(이하 보수, conservative)와 진보주의(이하 진보, progressive)는 정치적 개념이다. “인간 활동 안에서 갈등의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에 보수는 기존의 ‘시스템’(제도 및 정책 등)에 존재하는 문제보다는 ‘개인’의 문제가 더 크다고 보고, 진보는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기존의 ‘시스템’이 더 문제라고 보는 견해라고 종종 일컬어진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이념과 정책 지향에 따라서 좌파는 평등, 분배, 국가 역할을 강조하는 반면에, 우파는 자유, 성장, 시장의 역할을 강조한다고 비교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진보와 보수는 어떻게 한 개인의 정치 성향이 되는 것일까? 이제까지 사람들의 정치 성향은 보통 부모, 교육, 민족, 종교, 문화, 성별, 직업, 소득 같은 사회적 요인이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리고 이 같은 판단은 필자 같은 사회학자들의 전통적인 영역으로 이해되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유전학, 뇌 과학 등의 분야에서 진보주의와 보수주의가 어떻게 개인적인 정치성향을 형성하는 지를 규명하는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진보적인 사람들과 보수적인 사람은 아예 뇌의 구조 자체가 다르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되었다. 이들 연구에 따르면, 보수적인 사람들은 정치적 성향이 자유주의적 좌파인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측 편도체(amygdala)가 더 컸는데 이곳은 공포와 혐오에 예민하게 관여한다. 또한 유전자가 정치성향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있는데, 이 연구에 따르면 도파민을 조절하는 ‘DRD4-7R’이라는 유전자의 대립형질을 가진 사람들은 주변 친구들보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했으며, 이런 사람들은 정치적으로 현재 상황의 지속을 바라는 보수주의보다 진보주의를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정치성향과 성격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연구들에 따르면, 질서를 지키고 덜 개방적이며 예의 바른 사람은 비교적 보수적인 성향을, 유쾌하고 감성적이며 동정심과 평등의식이 높은 사람은 진보적인 성향을 띠었다. 이로써, 유전자의 차이나 뇌의 구조의 차이로 인해 변화에 대한 태도가 다르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서로 성향이 다르다고 해서 그 자체를 비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르다’는 말을 ‘틀리다’로 사용하는 언어습관이 여간해서 고쳐지지 않는 상황에서 이러한 실험결과는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는 상식이 설득력을 얻게 한다.

 

한편, 최근 미국의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진보주의자들이 보수주의자들보다 덜 행복한 이유는 진보주의자들은 사회 속의 불평등의 정도를 합리화하는데 이념적으로 보수주의자들보다 덜 준비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학문적 용어로 표현하면, ‘체제 정당화’(system justification)이다. 이런 측면에서 미국의 통계 데이터는 보수주의자들이 자유시장 체제를 진보주의자들보다 한층 긍정적으로 본다는 것을 말해준다. (참고로 최근 한국의 경우 국민의 약 63퍼센트가 자유시장 체제를 긍정한다는 통계 결과가 나온 바 있으나, 이 통계가 보수주의자들과 진보주의자들을 구분하여 두 집단을 비교한 것은 아니었다.) 미국에서 보수주의자들은 미국인 개인이 자신의 성취에 기초하여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 반면에 미국의 진보주의자들은 사람들을 환경과 억압의 희생자로서 바라보는 경향이 더 많고, 그래서 개인들이 정부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상승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의심한다. 달리 말해서, 보수주의자들은 사람들이 비록 서로 다른 기회를 갖고 출발하지만 열심히 일하고 참고 견디면 통상 환경의 불리함을 극복할 수 있다는 데 동의한다. 반면에 진보주의자들은 -심지어 상위 소득층의 진보주의자들마저도- 이 같은 생각에 대해서 대체로 부정적이다. 간단히 말해서, 진보주의자들은 공정하고 진보된 사회를 경제적 평등의 제고라는 측면에서 정의한다. 진보주의자들은 그들이 정의한 사회문제에 대해서 보수주의자들이 상대적으로 별로 큰 고통을 느끼지 않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진보주의자들은 보수주의자들의 행복을 비난한다.

 

위에서 살펴본 (미국에서의) ‘정치적 이념과 행복의 관계’가 일차적으로 ‘세대’의 라인을 따라서 ‘보수’와 ‘진보’ 양 진영으로 확연하게 갈라진 현 한국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말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그렇지만 필자는 현재 한국인을 ‘보수’와 ‘진보’ 진영으로 갈라놓고 서로 갈등하게 만드는 요인들 중 앞으로 사회과학자들이 좀 더 연구가 필요한 측면이 바로 양 진영이 서로 다른 ‘라이프스타일’(life style)과 ‘세계관’을 선호하고 있는 점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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