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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김영기·조영순 대전한신교회 원로장로 부부 지리산 완등
부부 등산 200회 기념해 지리산 성삼재에서 출발해 33.5km 천왕봉 거쳐 중산리 코스 성중종주, 천왕봉 세 번째 올라
 
편집부   기사입력  2023/09/06 [13:40]

 

▲ 70을 넘긴 나이로 세번째 지리산 정상인 천왕봉을 등정한 김영기 장로, 조영순 장로 부부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제공:김영기 장로

 

등산인의 꿈이요 희망인 지리산 종주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지금까지의 삶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희망과 자신감을 찾고 싶을 때 도전하는 인생 버킷리스트다.

 

칠십 평생을 살아오며 등산을 취미로 가져본 적도 없으며 그럴 시간적인 여유조차 없던 삶에 변화가 온 것은 코로나와 시무장로 은퇴다. 그리스도인이 등산을 취미로 갖기도 쉽지 않다. 더구나 주일만 영업을 쉬는 자영업을 하면서 교회 일과 개인 취미 생활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대전한신교회를 김석인 목사님과 함께 개척에 참여하여 33년을 섬겨오며 시무장로 23년7개월을 섬기고 2020년 12월 31일 은퇴했다.

 

코로나로 한국교회가 대면 예배가 어려울 때 장로 시무 은퇴를 하니 총회나 노회 등 교단 일이 없을 때 코로나로 사람과 접촉을 피하고 모든 행사나 모임이 없어 건강이나 챙길 겸 대전경실련 산악회 '마실'에 참여하면서 등산의 즐거움 속으로 빠져들어 코로나 3년을 지나며 국내 100대 명산을 두루 거쳐 지난 5월 31일 부부 동행 등산 200회 기념을 지리산 천왕봉에서 맞았다.

 

천왕봉을 내려오며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심지어 쳐다보지 않겠다고 하지만, 지리산에서 내려와 열흘만 지나면 웅장한 천왕봉이 눈에 아른거려 힘들어도 다시 찾는 산이 바로 지리산이다. 한번 오르기도 힘든 천왕봉을 세 번째 오르고 나니 종주를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겨 올여름 종주에 도전하였다.

 

지리산 종주의 대표구간은 화엄사에서 출발하여 대원사로 하산하는 화대 종주이지만, 70대 우리 부부 체력에 맞춰 성삼재를 출발해 천왕봉을 거쳐 중산리로 내려오는 성중종주 33.5km 코스를 선택하였다.

 

지난 8월 17일 새벽 03시 성삼재를 출발하여 칠흑 같은 어둠 속을 헤드램프에 의지하여 까만 밤길을 걸을 때 시편 18:28 말씀처럼 “주께서 나의 등불을 켜심이여 여호와 내 하나님이 내 흑암을 밝히 시리이다”라는 말씀에 힘을 얻어 더 힘차게 걸을 수 있었다.

 

성삼재 들머리에서 천왕봉까지 25.5킬로미터다. 너무 멀어 실감이 안 난다. 돼지령을 통과, 피아골 삼거리 능선을 지나 임걸령 고개에 도착하니 신비의 샘에서 사이다보다 더 시원한 물 한 모금에 생기가 솟는다.

 

노루목을 통과해 전북, 전남, 경남에 걸쳐있는 삼도봉에 도착하니 긴장도 풀리고 날도 밝아 무거운 배낭을 내려 두고 잠시 쉼을 갖는다. 배낭만 내려놓아도 날아갈 것 같다. 삼도봉을 지나 화개재까지 긴 내리막 나무계단이다. 내리막이라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뱀사골로 가는 화개재를 내려온 만큼 힘든 너덜길 구간을 지나 토끼봉까지 다시 올라가야 한다. 토끼봉에 올라서니 태양이 머리 위에 있어 뜨겁다. 연하천 대피소까지도 계속 오르락내리락 절대 쉽지 않다. 긴 봉우리 두 개와 작은 고개를 넘고 넘어 구름 속에 물줄기가 연기처럼 흐른다는 뜻의 물 많은 지리산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했다. 

 

▲ 김영기 장로 부부가 세번째 지리산 정상인 천왕봉 등정길에 오른 가운데 연하천 대피소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제공:김영기 장로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 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연하천 대피소 벽면의 나무판에 있는 글이다.

 

행여 견딜만하다면 부디 오지 말라고 하는 지리산을 왜 오게 되는지? 시켜서 하는 일이라면 못할 것 같은데 스스로 자청하여 무거운 배낭 지고 너덜길과 숨 헐떡이는 고갯길을 온몸을 땀으로 범벅이며 오를 때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으로 오르실 때 얼마나 힘드셨을까 생각하며 눈물과 땀이 범벅이 되어 가파를 언덕을 향해 한 발 한발 내디딘다.

 

연하천 대피소를 출발, 벽소령 가는 길에 멋진 곳이 많이 있지만 풍경을 보기조차 힘겨운 한발 한발 무겁게 걷는 구간이다. 형제봉까지 두 발로 걷는 구간보다 양손을 사용해 가야 하는 힘든 구간의 연속이다. 겹겹이 쌓인 산 위로 떠오르는 달빛이 희다 못해 푸른빛을 띤다는 이름도 예쁜 벽소령 대피소에 오후 4시 도착. 오늘 산행은 여기까지. 벽소령에서 1박을 한다.

 

평생 처음 대피소 숙박이라서 출발 전부터 궁금하고 걱정되었다. 조언을 해주는 사람마다 다른 의견을 주었다. 지리산은 밤에 추우니 침낭을 꼭 챙겨라. 배낭 무게를 줄여야 종주가 가능하니 침낭은 가져가지 마라. 바닥 매트는 꼭 가져가라. 일단은 내 체력에 맞추려고 침낭, 매트, 두꺼운 옷 다 두고 왔기에 속으로 걱정을 많이 했는데 대피소에 1인 조절용 전기 난방 장치가 되어 있어 마치 찜질방에서 자는 것처럼 좋았다.

 

18일 새벽 03시 세석을 향해 출발한다. 벽소령에서 세석 대피소까지 무려 6.3킬로. 매우 지루하고 힘든 구간이지만 지리산 종주의 짜릿함이 있는 구간이기도 하다. 덕평봉을 지나 천왕봉 조망 터에서 웅장한 지리산의 매력에 빠져든다. 칠선봉은 바위와 고산지대에서 자생하는 나무들, 그리고 그 뒤로 펼쳐지는 풍경이 압도적이다.

 

다음은 세석평전에 가기 위해 넘어야 할 지옥 계단 또 계단, 계단을 통과하니 영신봉이다. 살짝 한숨 돌리며 세석평전 감상으로 기분전환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석 대피소에 도착, 식수만 보충하고 장터목을 향한다. 촛대봉을 지나니 환상적인 연하선경이 나타난다. 지리 능선에서 제일 아름답다는 연하선경이다. 저 길을 따라가면 어딘가 동화 같은 세계로 빠져들 것만 같다. 왠지 이곳에 오면 험한 산속이 아닌 편안한 엄마 품속 같은 정겨운 연하봉 능선이자 예쁜 길이다. 세석평전의 자연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고 행운이다.

 

끝이 보이는 반가운 마지막 장터목 대피소에서 아침 겸 이른 점심을 먹고. 10시 30분 마지막 구간 1.7킬로 천왕봉을 향한다. 이 시점에 말도 안 되는 깔딱 고개가 시작된다. 이젠 아무리 힘들어도 천왕봉에 가야 한다. 지리산의 변화무상한 날씨는 장터목 나설 때부터 곰탕이 되어 천왕봉이 운무 속에 숨어있다. 그래도 정상에 오르면 걷히겠지, 기도 하는 마음으로 마지막 힘을 다해 통천문을 통과한다. 울퉁불퉁한 급경사 바위에 박혀있는 철제 난간에 매달려 잠시 숨을 고르다가 기어올라서 마침내 웅장한 정상석을 마주한다.

 

▲ 김영기 장로 부부가 지리산 정상인 천왕봉에서 태극기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제공:김영기 장로

 

드디어 정오 12시. 지리산 최고봉 천왕봉(1,915m)이다.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 시작점이자 끝점, 등산인 에게 꿈과 용기를 주고 수많은 사연을 담아내는 천왕봉이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대자연의 웅장함에 지금까지 힘들었던 여정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흥분이 온몸에 전기처럼 흐른다. 정상석을 모델 삼아 맘껏 멋진 포즈로 인증사진을 찍고 나니 이제 마음의 여유가 생겨 둘러보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구름이며 지리산 능선의 풍경이 아름다움은 글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굽이굽이 녹색의 지리 능선, 서북능선, 태극능선. 그리고 남해안 방면의 이름 모를 산들, 눈앞에 펼쳐지는 대자연을 보면서“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계는 저 솔로몬의 옷보다 더 고운 백합화 주 찬송하는 듯 저 맑은 새소리 내 아버지의 지으신 그 솜씨 깊도다”찬양을 불렀다.

 

이제 중산리로의 하산 길이다. 5.4km의 돌길을 걸어야 한다. 하산길이 오르는 길보다 더 힘든 가파른 돌계단에 너덜길의 연속이다. 무릎보호대를 몇 번씩 고쳐 매도 통증은 마찬가지다. 발바닥은 화끈화끈 불이 난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오후 3시 30분 증산리에 도착, 성중종주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노사연의 노래 ‘바램’에 보면 이런 가사가 있다.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약속으로 익어가는 사람들이다. 오늘도 그 약속을 믿고 아름다운 열매로 익어가기를 소망하며 이번 성중종주 한발 한발 족적을 남기며 걷는 동안 하나님이 만드신 자연을 보며 창조주 하나님을 가슴으로 느끼며 마음의 평안과 설렘을 감사의 찬양으로 지리산을 종주하였다. 

(사진, 글 제공 김영기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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