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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건(서원대 교수/종교사회학, 대전성남교회 장로) 60호
지구촌의 종족과 종교를 다시 생각한다
 
한혜림 편집기자   기사입력  2014/02/28 [15:46]
 
▲ 김성건 장로(성남장로교회)     ©편집국

필자는 이번 겨울방학에 약 3주 동안 인도차이나 지역의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에 현지 연구차 다녀왔다. 평소 소수 종족(ethnicity)과 종교 사이의 관계에 흥미를 갖고 있던 터에 동남아시아에서 프랑스 식민지배를 받은 이 3개국 내에서 소수 종족들과  이들의 종교 사이의 연관을 연구하게 되었다.
 
전통사회를 연구해온 문화인류학에서 최근에는 부족(tribe)이란 용어 대신에 '종족(성)'이란 용어를 쓰게 되었다. 종족(성)은 영토와 자치권 등을 갖는 민족보다 하위 개념으로서 동일한 의식주 같은 삶의 방식, 언어 그리고 (많은 경우에) 문화의 기반인 종교 등을 공유하는 소규모의 혈연 공동체를 종종 일컫는다.

  이번에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안현수 선수가 러시아로 귀화한 사례처럼 오늘날 종족성은 과거와는 달리 고정되어 영구 불변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경제적 이유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한 종족이 자신들의 정체성(identity)을 확립하기 위해 특정 종교로 집단적 개종이 이루어지는 등 한마디로 상황에 따라 변화가 가능한 것이 되었다.

  필자가 주목한 인도차이나의 소수 종족들은 대부분이 고산지대에서 생존하게 된 주변화되고 고립된 집단인데, 그중 하나인 몽족은 전통적으로 샤머니즘이 강한 토대 위에서 최근 기독교(개신교)로 다수가 개종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불교를 신봉하는 다수집단인 라오족이 지배하는 라오스에서 소수 집단인 몽족 크리스천들과 인터뷰를 통해서 확인한 것은 우선 이들의 대다수는 자신 혹은 가족들이 중병(정신 질환, 가위 눌림, 육체적 질환 등)에 걸려 어려움을 겪을 때 전통적 주술이 아닌 기독교 신앙을 통해 예배, 기도와 안수 등으로 병을 고치게 된 것이 개종의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물론 예수를 믿는 것이 단순히 치유 때문만이라고 말할 수 없겠으나 라오스 고산지역 같이 어렵고 척박한 환경에서 빈번하게 발발하는 각종 난치의 질병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찍이 신약성서가 증언하는 예수와 제자들이 행한 것과 비슷한 치병의 사역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함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필자가 몽족이 개신교를 받아들이는 데는 치병이란 요인에 더해서 또 다른 중요한 이유로서 한가지 강조하고자 하는 측면이 있다. 이것은 현재 안팎의 요인으로 인해 '정체성 위기'에 직면한 몽족에게 라오스의 지배적 종교인 불교와 대비되는 서구문화적 요소를 갖는 외래 종교인 개신교가 매력적인 선택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몽족은 자신들의 흔들리는 사회적, 문화적 정체성 혹은 종족의 사회적 경계를 확립하기 위해서 상대적으로 강력한 힘을 지녔다고 인식되는 서구적인 정신적, 물질적 세력을 대표하는 기독교로 귀의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필자가 예전에 연구한 다종족사회인 싱가포르의 경우 다수 지배집단인 중국인들은 자신들의 전통종교인 유교, 불교, 도교의 인기가 쇠퇴하는 상황에서 유독 기독교(개신교)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들로서는 싱가포르의 원주민으로서 이슬람을 신봉하는 말레이족이나 남인도에서 이주한 힌두교를 믿는 타밀족 모두 동화하고 싶은 대상이 아니다.
 
그 결과 싱가포르의 중국인들 가운데 현재 개신교가 증가하고 있다. 이로부터 싱가포르 같은 다종족 사회에서 종교가 종족 간에 사회적 경계를 갖다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재확인할 수 있다. 오늘날 싱가포르 정부는 종족과 결합된 종교가 자칫하면 정치적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보아 이른바 '종교조화법'을 제정하여 종교의 지나친 정치적 참여를 금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최근 세계화를 통해 다양한 종족의 사람들이 국경을 넘어 교류하고 이동하고 있고 종교간 접촉 빈도가 점점 많아짐으로써 전보다 '종족과 종교 간 관계'에 대해서 한층 심층적 이해가 긴요하다고 본다. 이런 측면에서 서울 세종문화화관에서 지난 2월5일부터 3월3일까지 인기리에 열리고 있는 '아시아의 땅과 인간 그리고 종교'를 주제로 한 박노해 사진전(다른길, 느린걸음)(www.anotherway.kr)을 한번 관람해보길 권한다.
 
우리의 이웃 국가인 티베트, 라오스, 파키스탄, 버마, 인도네시아, 인도 등에서 찍은 소수 종족의 삶과 종교적 신앙이 고스란히 드러나있는 흑백 사진들 속에서 종족과 종교 간의 운명적 연관의 의미를 되새기게 되는 것은 물론 낯선 곳에서 '나는 누구인지'를 재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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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02/28 [15:46]  최종편집: ⓒ kidok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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